우리 엄마는 꽤나 집순이다. 친구도 몇 분 없고 근처에 사는 막내 이모만 자주 만나는 집순이.
사회생활, 회사 생활도 그다지 경험이 없으시고, 평소에 새로운 걸 도전하기는 꺼려하고 실수를 두려워하는 엄마의 성격.
그런 우리 엄마가 현재 살고 계신 경기도 시흥 구축 아파트 리모델링(올수리)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 고군분투의 이야기를 천천히 적어보려고 한다.
구축 아파트 올 리모델링을 결심하게 된 이유
변화를 두려워하는 우리 엄마가 잘 살고 있던 아파트를 올 리모델링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내가 '결혼'을 하면서 우리 집안에 새 식구가 들어올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부모님 나이대 분들은 변화 없이 편안하게 지내시는 걸 추구할 수 있다. 허나 집안에 새 식구가 들어오면, 그동안 살았던 편안했던 내 집이 괜히 누추해 보일 수도 있고 더 깨끗한 환경에서 새 식구를 맞이하고 싶은 그런 마음의 변화도 오나 보다. 물론 나도 전부터 엄마를 들쑤시기도 했다. 엄마의 성격을 잘 알기에 쉽지 않았다. 한 공간에서 20년 넘게 오래 살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자식들이 독립을 해서 나가고 식구가 줄어도 짐은 줄지 않고, 늘기만 하는 마법. 난 내 '결혼'을 빌미 삼아 이 기회에 엄마가 환경을 바꾸고 깔끔하고 멋진 집에서 N회차 인생을 살아보길 바라며 엄마를 살살 꼬시기 시작했다.
엄마도 유튜브로 조금씩 구축 아파트 올 리모델링 사례를 접하셨고, 내 결혼뿐만 아니라 앞으로 몇 년 후 동생이 결혼하면 며느리도 봐야 하는 우리 집이기에 결국 리모델링하기로 결심하셨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우리 엄마한테는 정말 크나 큰 결심이었다.
첫 번째 난관: 리모델링 업체 정하기
30년 다 되어가는 구축 아파트 올 리모델링을 위해서 업체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올 수리 시공을 한 집으로 견학을 다녀와보기도 하고 엄마는 최근 틈만 나면 유튜브로 리모델링, 인테리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집닥'이라는 리모델링 인테리어 비교 견적 플랫폼을 통해 의뢰를 해놓았다.
집닥에 대략적인 주택 관련 정보를 넣어 신청하면 진짜 다양한 업체에서 연락이 온다. 집닥 플랫폼을 통해 연락온 몇 개의 업체들, 엄마가 따로 발품 팔아 컨택한 업체들과 틈 날 때마다 현장(구축 집)에서 미팅을 진행했는데... 정말 세상 다양한 업체(사장님)들 ^^... 하... 가지각색의 인테리어 업체들은 아래와 같다.
- A 업체: 엄마가 원하는 시공 방향과는 정 반대로 이 집은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하시며 너무 개성이 강하셨다. 그리고 시공 내용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쌌다. 패스-
- B 업체: 사장님이 너무 수다스러워서 우리 집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본인이 어디에 살며, 어떤 과정으로 그 지역에서 살고 있으며 자식이 무슨 일을 하고 있다 등 우리 입장에서 도움이 1도 되지 않는 이야기만 하셨다. 슈퍼 패스-
- C 업체: 우리 아파트, 같은 동, 옆라인을 공사한 업체였고, 그 올수리 한 집을 직접 보고 나서 엄마가 마음에 들어서 견적서 요청을 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 견적서를 주지 않았다. 연락해 보니 지방으로 공사를 다니시는 중이라고 해서 패스...
- D 업체: 일산에 위치한 이 업체는 부자지간이 운영을 하고 있었다. 집닥을 통해 알게 된 업체였고, 주로 젊은 아들 사장님(?)이 엄마랑 대화를 나누며 조율을 시도했다. 엄마는 '젊은 이지만 엄청 성실한 느낌에 인상이 좋다.'는 느낌을 받아 이 D 업체가 가장 낫다고 판단이 섰다. 몇 번의 견적서를 주고받아서 조율하였으나, 최후 견적서는 예산을 훌쩍 넘어버렸고, 결정적으로는 시흥에서 일산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면 앞으로 업체랑 자주 있을 미팅을 감내할 자신이 없었다. 패스...
- E 업체: 마음에 드는 업체를 찾지 못해 살짝 우울해지려고 할 찰나, 엄마가 우연히 어떤 블로그에서 엄마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새로 생긴 인테리어 업체를 찾았다. 40대 후반인 사장님은 이 동네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면서 이 근처 아파트를 잘 알고 계셨고, 우리의 예산에 맞게 엄마랑 조율을 잘해주셨다. 그리고 이상이 가득했던 엄마에게 현실적인 조언도 해주시고, 최대한 우리한테 맞춰주려고 노력하셨다. 엄마는 그러한 태도가 마음에 드셨나 보다. 견적서 예산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드디어 여기로 결정했다. 몇 차례 견적서 수정 후에는 계약을 했다.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 리모델링 업체를 찾는 건 정말 어려웠다. 당연히 업체 입장에서도 엄마(고객)가 원하는 시공 스타일이나 자재를 100% 엄마 마음에 들게 시공할 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고객)가 원하는 방향을 파악하고, 뺄 건 빼고 남길 건 남길 수 있는 조건을 갖추면서 이래저래 견적서가 오갔다고 한다.
고객 입장에 맞춰주며 시공해 주면서 예산도 딱 맞길 원했고, 조율 능력도 훌륭한 성실맨을 찾았어야 했는데 거의 이 정도면 서울 바닥에서 김서방 찾기가 아니었을까.
아무튼 노력 끝에 결국엔 찾은 것이다. 엄마는 마음에 드는 업체를 찾았기에 올수리 시공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시공 기간은 3주로 정해졌고, 이 3주 동안 엄마가 지낼 만한 공간을 구해야 했다. 그리고 살고 있던 집의 짐들을 보관하는 이사(짐보관) 업체를 찾아야 했다.
할 일이 태산이었지만, 아직은 순탄하게 올수리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중간중간, 엄마는 이 큰일을 해내기 너무나 주저했고, 그래도 마음을 잡아 다시금 용기 내는 시도를 해보는 사이 나는 결혼식을 마쳤다. 엄마 눈앞에 진짜 사위가 나타났으니 엄마도 속도를 낸 것 같다. 인테리어 공부도 나름 열심히 했는지, 업체 사장님과 얘기할 때 하나도 안 지더라! 멋져,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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