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가는 길목에서 보이던 '은희네 손칼국수'는 장소도 아담하고 소소하게 동네 장사하는 곳 같아 보였다. 동네분들이 맛집이라고 한번 가보라고 하던 은희네 손칼국수.
'언젠가 시간 되면 가야지' 했던 은희네 손칼국수.
하,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나의 2024년 최대의 실수였을까.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다는 소문이 들렸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곳이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나왔다는 것!
맛집이 아닐 수 없는 외관
럴수 럴수 이럴 수가! 그렇게 TV에 소개가 된 후로부터는 이 작은 동네까지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너무 많아져서 하루에 5~60팀 정도만 받게 되었다고 한다. OMG!
진즉 먹어 볼걸... 누가 봐도 맛집이 아닐 수 없는 간판이라며 남편이랑 호들갑 떨었던 그때 들어가 볼걸... 맛집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그때 왜 안일하게 생각했으며, 왜 안 먹어본 거니, 나란 녀석.
매체에 방영된 후 지금은 평일 기준으로 오전 11시에 오픈하고, 재료 소진 시까지만 영업한다.
나도 은희네손칼국수가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나와 유명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문했지만 2번이나 허탕 쳤다 ㅜ.ㅜ 12시 땡 하고 가도 이미 재료 소진이라 마감이었다.
식당 내부에 테이블도 몇 개 없기 때문에 손님들도 대기표를 받고 자리 났다고 연락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며칠 전, 이제 좀 열기가 식었을까? 하는 마음에 점심 메뉴를 고민하다가 11시 50분쯤 은희네 손칼국수에 도착했더니 금세 자리가 빠져서 바로 앉을 수 있었다. 물론 풀방이었고, 우리 뒤에 금세 대기 줄이 생겼다.
클래식한 메뉴로 승부
역시나 메뉴는 단출했다. 추운 날씨엔 더욱 국물과 면이 땡기는 편. 손칼국수 2개와 손만두 1개를 주문했다.
- 손칼국수: 8,000원
- 손수제비: 8,000원
- 팥칼국수:13,000원
- 팥찹쌀옹심이: 14,000원
- 손만두: 5000원
- 부침개(그날의 재료): 5,000원
정말 동네 주민들만 와서 먹을 수 있는 규모로 장사를 하셨던 것 같다. 이 작은 동네에서 꾸준한 맛이 회자되어 TV까지 나오게 되는 거구나... 역시 꾸준함과 성실함을 이길 무기는 없는 것 같다.
만두는 주문과 동시에 찜을 시작하시는 것 같고, 부침개는 당일재료로 만들어진 반죽을 후다닥 부쳐서 내어주시는 것 같았다.
동료는 여기 식당이 너무 바빠서 부침개도 본인이 만들어서 먹었다고 하더라.ㅋㅋㅋ 세심한 서비스를 바란다면 이곳 취지에 맞지 않으니 편하게 다른 식당 가야 한다.
시장 손칼국수, 추억 그 자체
조금 기다렸더니 칼국수가 먼저 나왔다. '손칼국수'답게 즉석으로 계속 만들고 계셨던 그 반죽 면을 바로바로 칼로 잘라 손칼국수를 내어주셨다.
이야, 냄새와 비주얼은 무조건 합격이다. 오만둥이가 적잖이 보였다. 한 그릇 양이 엄청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먹성 좋은 성인한테는 양이 아쉬울 수도(만두 시키길 잘했어) 있는 양이었다.
칼국수를 주문했지만 수제비가 들어가 있는 이유는? 사실 우리는 손칼국수 1, 손수제비 1을 주문하려 했으나 바쁜 점심시간 피크에는 손칼국수만 주문받는다고 하셨다. 그래서 손칼국수 2개를 주문했는데, 웬걸, 사장님이 신경 쓰이셨는지 수제비도 같이 넣어주셨다. 고맙습니다. ㅜㅜ
그리고 강황이 들어간 손만두. 만두는 딱 집에서 만든 그 맛의 만두였다. 만둣국 해 먹으면 정말 맛있는 그 집 만두!
그래서 나도 칼국수 국물에 말아서 먹었다. 그냥 만두만 먹기엔 조금 심심했는데 칼국수 국물에 말아서 만둣국처럼 먹으니 훨씬 맛있었다.
셀프로 리필해서 먹었던 김치도 두 접시 클리어. 여기 혹시 김치 겉절이 맛집인가요? 칼국수 맛집=김치 맛집이라는 타이틀은 여기서도 통하는 듯했다.
은희네 손칼국수를 미처 와보지 못했던 지난날의 나를 반성했다. 국물과 면발의 조합은 꼭 어디 시장 어귀 국수로 소문난 맛집의 손칼국수 정석 그대로의 맛이 느껴졌다.
대기자들이 있어서 느릿느릿 식사하기엔 살짝 눈치 보였던 이유도 있지만, 한번 면치기를 시작하면 멈출 수 없었던 손칼국수의 매력 때문에 코 박고 열심히 먹기만 한 것 같다.
결론: 대기만 없다면 자주 가고 싶은 대야동 맛집
뒤늦게라도 동네 맛집을 가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인 하루였다. 이 날도 허탕 쳤다면 아쉬움 반, 포기 반의 마음으로 이곳에 대한 열정은 바사삭 사라졌을 것이다. 다음에 또 점심때를 잘 공략해서 팥칼국수를 먹는 데 성공하고 말겠다. (팥칼국수 먹게 되면 또 포스팅 올리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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